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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한 이동 주택이 온다

August 17th, 2007

주말 주택은 더 이상 풍요로운 노년의 꿈이 아니다.
자연을 꿈꾸는 도시 유목민들을 위한 시크한 이동 주택은 당신도 넘볼 만한 가격이다. 피처 에디터 / 김경숙

집에 대한 열망과 호기심이 남다른 편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동네마다 돌아다니며 남의 집 구경하는 재미에 빠져 걸핏하면 길을 잃곤 했다. 때로는 세계 주요 도시의 주거 공간을 구석구석 보기 위해서 값비싼 외서도 사 모은다. 어떨 땐 교보문고 외서 코너에 서서 황홀경에 빠진다. ‘아, 세상엔 이렇게 멋진 집이 있구나.’ 가장 최근에 산 책은 <Small House>라는 책이었다. 그 책 안에는 자연 속에 지어진 작지만 아름답고 풍요로운 집들이 가득했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인지 나는 지금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른다. 1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했지만 왠지 내 일이 아닌 것만 같다. 어떤 날은 목수가 되고 싶고, 어떤 날은 레공 댄서가 되고 싶다. 애들처럼 꿈이 맨날 바뀐다. 어떤 날은 결혼하고 싶고, 어떤 날은 가족을 이루지 않고 혼자 조용히 살고 싶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변하지 않는 바람이 있다면 ‘자연 속에 나만의 작은 집’을 갖는 것이다.

집의 크기야 형편 닿는 대로 결정할 일이지만(다만 작으면 작을수록 ‘꿈’은 빨리 이루어진다), 중요한 건 ‘자연’이다. 위대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스승이며 화가였던 ‘샤를 레플라테니에’의 말을 빌면, 오직 자연만이 인간에게 영감을 주고, 자연만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도시인들에게 ‘자연’만큼 사치스럽고 요원한 꿈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도시에 사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동식 주말 주택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다. 한 리빙 잡지에서 팔봉산과 홍천강을 가까이에 두고 세워진 이동식 목조 주택을 본 일이 있는데, 거실과 주방, 침실과 욕실을 갖춘 12평짜리 주말 주택이 겨우 1천5백60만원밖에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게다가 발주에서 설치까지 공사 기간이 겨우 17일밖에 걸리지 않았따. 무엇보다도 그 정도 가격이라면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들도 충분히 욕심을 내볼 만하다. 건물 내부에 욕실이나 주방 세트를 넣고, 전기나 상하수도를 설치하는 데 별도의 돈이 더 들어가겠지만, 이것저것 다 합쳐도 2천5백만원을 넘지 않는다. 친구 대여섯 명이 모여서 가까운 시골에 있는 농지를 공동 명의로 구입하고 5백만원 정도씩 투자하면 근사한 주말 주택을 가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 ‘계산’으로 한동안 열심히 인터넷을 뒤졌다. 이동식 혹은 조립식 소형 주택을 생산하는 전문 업체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았다. 그 중에서 내 보기에 가격으로 보나, 주택의 품질(디자인과 기능)로 보나 가장 훌륭해 보이는 곳은, 방갈로 형태의 세컨드 하우스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이방갈로(www.ebungalow.co.kr)라는 업체였다. 특히 이동식 목조 방갈로가 마음에 들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스타일도 촌스럽지 않고, 무엇보다 선택의 폭이 아주 넓었다. 5평에서 20평대까지 정해진 평수 안에서 다양한 구조 설계가 가능하고 한 동씩 여러 채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엔 소형 주말 주택으로 쓰다가 조금씩 규모를 늘려 은퇴 이후엔 아예 눌러 살아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농지를 구입하는 일이 결코 만만하지가 않다. 도시민도 주말 농장용 농지를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소유제한을 완화한 새 농지법이 시행된 이후 한마디로 농지가 뜨고 있는 추세라 값이 오름세다. 게다가 관련법과 입지 여건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하는데 그게 좀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런 골치 아픈 일에 휩싸여 ‘내 주제에 무슨 주말 주택’하며 꼬리를 내릴 무렵 ‘지오돔’이라는 신기한 ‘물건’을 알게 됐다.

지오텍에서 만든 지도옴(Geodome)은 한마디로 신개념의 조립식 간이 주택이다. 단열 효과가 매우 높고 화재 우려가 전혀 없는 코맷 패널이라는 신소재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중요한 것 야외나 건물 옥상에 별도의 건축허가 없이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조립주택은 지름6m에 높이 3m의 힌색 돔 형태이며, 기본형은 8.6평형으로 돔의 길이는 얼마든지 늘릴 수 있고, 안정된 구조 형태에 독특한 볼트 조립방식으로 공간 활용도도 매우 높다. 야외에서 색다른 숙박 시설로 활용할 수 있고 설치 비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캠프 단지에 활용되고 있는 모양인데 개인이 주택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8.6평 기본형의 가격은 6백58만원(현장제품 설치비, 부가가치세 포함/인테리어 별도)이라고 하는데, 관심 있는 사람은 지오텍 온라인 사이트(www.geodome.co.kr)를 통해 견적 팸플릿을 요청해 보도록.

한편 자연 속에 정착하기보다 이런 저런 대도시를 떠돌며 살고 싶다면 <Wallpaper> 최근호에 소개된 ‘Loftcube’라는 모빌홈(mobile home)에 주목해보자. 독일 건축가 워너 아이슬링거(Werner Aisslinger)가 개발한 이 새로운 주택은 도시 유목민들을 위한 미니멀한 이동 주택이다. 가격은 5만5천 유로(원화로 치면 7천만원 정도)로 www.loftcube.net에서 주문할 수 있다. 하지만 독일에서 사서 서울로 운송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큰 일일뿐더러 이쩌면 한국의 도로교통 사정(육교나 터널 높이)에 맞지 않아 인천에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시크한 이동 주택이 한강을 중심으로 강변에 등장한다면 비좁고 복잡한 대도시에 어떤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 건축가들은 다들 뭐하는지 모르겠다. 만약 나라면 나만의 집을 짓는 필생의 사업을 그런 식으로 간단히 처리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어쩌면 곧 안방에 앉아 마영범이 만든 미니멀한 이동주택을 홈쇼핑으로 주문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상기 기사가 언제 쓰여진 건지는 알수 없으나 아직 그 시대가 도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반드시 올 것이다.[itz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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